짧은 생의 시간 동안. 우리는 어떤 아티스트의 팬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동시대를 사는 행운을 누려 콘서트장에서 만나기도, 발매된 작품 소식을 듣기도, 매체를 통해 인터뷰를 접하기도 한다. 그는 모르지만 나만이 아는, 일방향의 마음을 오랜 시간 갖는다. 이 팬심에는 존경과 사랑이 섞여있기도, 애정과 지지가 섞여있기도, 걱정과 우려가 섞여있기도 하다. 사카모토 류이치를 만난 어느 날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오늘. 그가 세상을 떠났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심상을 전해주는 아티스트였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든 안 오든,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들으면 언제든 하얗게 눈 내리는 고요한 설원의 풍경을 만날 수 있었고, <Rain>을 들으면 빗속을 뚫고 누군가를 애타게 만나러 뛰어가는 한 사람의 뒷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Koko>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배 위로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주며 토닥여주시던, 잠들기 전의 기억을 떠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