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도인지 기억이 명확하지 않지만 완성하고 제출한 뒤 공개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게 된 짧은 원고가 있다. 한국의 우주항공 연구/산업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글을 써달라는 어딘가로부터의 원고 청탁을 받고 썼던 원고였다. 그 글의 요지는 항공우주(연구)계가 어쩌면 더 힘을 쏟아야 하는 일이 예산 및 연구자율성 확보보다 '한국 사회가 왜 항공우주를 해야 하는가'를 시민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논리개발 내지는 일종의 공감대 형성 작업이라는 것이었다.
큰 틀에서는 아직 이 생각에 변함이 없다. 개인적으로야 우주에 대한 다층적인 로망같은 것이 있지만, 이것이 한국사회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생각인가 묻는다면 확신은 없다. 이런 문제는 항상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답 없는 논쟁구도로 빠져들기 십상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 결과론적으로 따지자면 답은 나온다. 닭이 되었든 달걀이 되었든 말이다. 하지만 이 답은 그래서 닭이 먼저였다 혹은 달걀이 먼저였다라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