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로켓을 쏠까?

정한별
정한별 인증된 계정 · 과학기술정책, 과학기술사회론(STS)
2023/02/22
몇 년도인지 기억이 명확하지 않지만 완성하고 제출한 뒤 공개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게 된 짧은 원고가 있다. 한국의 우주항공 연구/산업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글을 써달라는 어딘가로부터의 원고 청탁을 받고 썼던 원고였다. 그 글의 요지는 항공우주(연구)계가 어쩌면 더 힘을 쏟아야 하는 일이 예산 및 연구자율성 확보보다 '한국 사회가 왜 항공우주를 해야 하는가'를 시민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논리개발 내지는 일종의 공감대 형성 작업이라는 것이었다. 

큰 틀에서는 아직 이 생각에 변함이 없다. 개인적으로야 우주에 대한 다층적인 로망같은 것이 있지만, 이것이 한국사회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생각인가 묻는다면 확신은 없다. 이런 문제는 항상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답 없는 논쟁구도로 빠져들기 십상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 결과론적으로 따지자면 답은 나온다. 닭이 되었든 달걀이 되었든 말이다. 하지만 이 답은 그래서 닭이 먼저였다 혹은 달걀이 먼저였다라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주어진 여러 상황들이 결국 닭을/달걀을 먼저 나오게 만들었다는 역사학적 평가에 의해 답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일종의 인식이다. 가령 한국은 나로호라는 결과물이 먼저 전면적으로 등장했고, 나는 이것이 우주항공 연구/산업계에 그 자체로 상징이자 명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로호 이전에 우주개발 담론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중요하고 상징적인 의제로서 사회의 담론장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여러 이해관계와 논리의 각축 하에서 나온 결과를 등에 업고 쏘아진 로켓이라기보다는, 먼저 쏘아짐으로써 사회 담론장에 우주항공의 자리를 만들어낸 것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나로호보다는 누리호가 조금 더 흥미로운 관찰대상이다. 앞서 쓴 전제가 어느정도 맞다는 가정 하에, 누리호는 적어도 나로호보다는 <우주감각> (이영준 2016)  이라고 부를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사회적 상상/지식/합의를 품에 안고 쏘아진 로켓이기 때문이다.

누리호가 덧입은 한국사회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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