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에 입시논술학원을 찾아갔다. 할 줄 아는 것도 없는데 대학은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수능 공부를 한 적 없는 내게 선택지는 몇 개 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H를 처음 만났다. 그는 내게 뭐하러 오셨냐고 물었고, 입시학원에 입시 준비하러 오지 그럼 뭐하러 오겠냐고 답했고, H는 살짝 갸우뚱거렸고, 나는 대체 왜 당신이 갸우뚱거리는지 몰랐고, 여하간 그럼 논술 문제를 드릴 테니 다음 주까지 답을 써오라고 하였다. "혹시 담배 피시나요?"
"네, 핍니다."
"아, 그럼 같이 담배나 한 대 피고 가시죠." H는 한껏 반가운 얼굴로 나를 주차장에 데려갔다. 논술학원이라 그런가, 미성년자와 이렇게 거리낌없이 담배를 나눠 피다니. 역시 글쓰는 사람들은 이리도 자유분방한가보다. "학교는 안 다니시는 거죠?"
"네, 아무래도."
"오시면 다른 고등학생들이 있을 텐데, 방은 넓으니 그냥 아무 데나 앉아서 글 쓰시면 됩니다.
이제 시험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