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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06) ] 마지막 비운의 책사가 되기를 바라며

사회과학은 사회 현상의 규칙성을 찾아서 분석하는 학문이다. 비운의 책사라는 관점에서 한국 정치를 바라보면 규칙성이 보인다. 민주화 이후 YS와 DJ는 가신 그룹을 중심으로 국정운영을 했다. 그 다음에는 가신 그룹만큼의 충성심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정권을 잡기 위해 정세 판단에 뛰어난 참모와 정책 대안을 대시하는 학자들의 역할이 강화되었다. 그런데 막상 정권을 잡고 나면 이들의 운명은 갈렸다. 참여정부 이래 나름대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했던 책사들은 예외 없이 숙청당했다. 그리고 관료들이 득세했다. 이것이 단순한 우연일 뿐일까 ? 민주당의 경우에는 개혁의 청사진이 중요하다. 보수 정당은 과거의 국정 운영 방식을 유지하면 된다. 여론 동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언론과 재계, 법조계 등 기득권 연합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반면 개혁을 표방하는 민주당의 경우에는 새로운 국정 운영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아성에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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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05)] 비운의 책사들 - J와 Y의원

2007년 대선 야당 경선은 볼 만 했다. 본선은 이미 승패가 기울어져 보였다. 그래서인지 야당의 경선 열기는 뜨거웠다. 당대표 당시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며 절대 열세였던 선거를 돌려세웠던 GH는 그 후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까지 얻으며 정치력을 인정받았다. 반면 기업인 출신으로 경제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MB도 경쟁력 면에서 만만치 않았다. 선거는 백중세였고 MB의 승리로 끝났지만, GH도 뒤이어 대통령이 되었다. 양 진영의 대표적인 책사는 J와 Y의원이었다. J의원은 MB가 정치에 입문하던 초기부터 보좌하기 시작했다. J의원은 국무총리실 정무 비서관을 역임했으며, 정치에 입문하여 선거에 낙선했을 때 MB가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기업인 출신 MB의 비전이 시대 정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MB를 적극 보좌해 서울시장 당선에 기여한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정무 부시장을 역임했으며 2004년에는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대선에서 그는 MB 캠프의 선대위 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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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04)] 미완의 책사 한국편(2), Y교수 실종 사건

내가 정치를 하게 된 데는 Y교수가 다소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경제학계는 어느 사이 보수화되어 진보 개혁적 정책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는 많지 않았다. 나는 서서히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는 학자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소수에 불과한 우리는 나름대로 서로 유대감을 느끼고 있었다. 필요할 때마다 기꺼이 품앗이를 해 주는 방식으로 서로 연구를 도와주곤 했다. 2008년에는 MB정부 출범에 따라 진보개혁적 정책의 후퇴를 걱정하여, 한국경제정책연구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2012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시민사회 출신들 중에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 당시에는 나도 시민단체 활동을 하지 않을 때였기에 시민정치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른 한편에서 Y교수는 나에게 비례대표 출마를 권유했다. 당시 경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높을 때였고, 대중적으로 나보다는 Y교수가 더 유명했다. Y교수가 비례대표에 지원한다면 가능성이 높았을 텐데, 의외로 그는 지역구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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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03) - 미완의 책사 한국편(1), P교수

내가 P교수를 만난 건 2004년 경 시민단체 경실련에서다. 당시 경실련은 재출범 수준의 개편이 있었고, 창립 멤버인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진용을 꾸렸다. 당시만 하더라도 나는 경실련 내부의 사정은 잘 몰랐다. 나중에 알고보니 경실련에서 활동하는 교수들은 진보와 보수로 약간 결이 다른 내부 그룹이 있었다. 한국 사회 전체 이념 지형에서 보면 중도 진보와 중도 보수 정도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는 교수들이 한 단체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면서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지금은 그런 단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P교수는 경실련에서 보수적인 교수들의 대부격이었다. 그는 이미 YS정부 때 정책수석과 복지수석을 맡아 국정에 깊이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나는 국정 운영을 위한 정책 전반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고 나로서는 벅찬 과제였기에, 내가 맡은 분야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그런 탓에 국정 운영 경험과 함께 오랜 고민의 결과물인 P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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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02) - 미완의 책사, 사마의

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 02 미완의 책사 사마의 마음에 상처를 받은 시기에 시간을 때우기에는 무협지만 한 것도 없다. 채널을 돌리다가 아는 무협지가 나오면 다시 봐도 재미있다. 이젠 중국 무협지도 종류가 많아져서 새로운 드라마를 보기는 어렵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김용의 무협지는 언제나 믿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이름값을 하는 무협지다. 김용 무협지가 매력적인 이유는 선과 악의 구분을 흐트려놓기 때문이다. 정파의 수장으로 칭송받는 장문이 문파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 시청자는 선과 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소오강호가 그렇고 최고의 무협지라는 의천도룡기가 그렇다. 선과 악은 세상에서 인정받는 정파의 행위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백성들을 더 위하는가의 여부에 의해 갈릴 뿐이다. 중국이 경제 대국이 된 것은 드라마의 스케일에서도 확인된다. 이제 스케일 면에서는 한국의 역사극이 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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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 - 들어가며(1) 왜 징비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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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 (1) - 비운의 장군, 한신

아버지는 옛날 이야기 하듯이 어린 한신의 이야기를 해 주셨다. 어느 날 한신이 거리로 나갔는데 동네 불량배들이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완력깨나 쓰게 보이는 불량배들은 한신을 위협하며 길을 지나가려면 바지 가랑이 밑으로 기어 가라고 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욕적인 상황에 처했지만 한신은 망설임없이 가랑이 밑을 기어 지나갔다. 불량배들은 한신의 뒤에서 웃고 놀려댔고, 그 이후 한신은 동네에서 소문난 겁쟁이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랬던 동네 겁쟁이 한신이 성공해서 천군만마를 거느리는 대장군이 되어 고향을 지나가게 되었다. 자신을 괴롭혔던 불량배들을 불러 모았지만 혼을 내기는커녕 좋은 말로 타일렀다. 한신은 일약 아량있는 장군으로 널리 알려지고, 그 이후 한신의 이야기는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아버지도 어린 아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버지는 어려서 한문 공부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공자님 맹자님 말씀을 많이 했다.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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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 - 들어가며(1) 왜 징비록인가

나는 평소 징비록은 선비의 변명이라고 생각해 왔다. 무너져 가는 시스템의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그를 바꿀 수 없는 무력감의 표출이라고 생각했다. 징비록의 이름을 빌어 하는 자기 한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심정이다. 나의 성찰이고, 나의 변명이고, 나의 무력감이다. 누구를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도 징비록을 쓰기로 한 것은 징비록을 통해 우리는 진실의 한 단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너져 내리는 나라의 이유를 찾노라면 수없이 많다. 대부분 책임을 회피하고 나몰라라 하지만, 징비록은 가슴을 아리게 하는 슬픈 진실의 한 꼭지를 냉철하게 우리에게 알려 준다. 무너져 가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은 현실의 사람들이기에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잘못된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로 인해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진다. 그 시스템 속에서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벗어나기 힘든 굴레가 된다. 그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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