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06) ] 마지막 비운의 책사가 되기를 바라며

홍종학 인증된 계정 ·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전 국회의원
2023/08/08
  
사회과학은 사회 현상의 규칙성을 찾아서 분석하는 학문이다. 비운의 책사라는 관점에서 한국 정치를 바라보면 규칙성이 보인다. 민주화 이후 YS와 DJ는 가신 그룹을 중심으로 국정운영을 했다. 그 다음에는 가신 그룹만큼의 충성심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정권을 잡기 위해 정세 판단에 뛰어난 참모와 정책 대안을 대시하는 학자들의 역할이 강화되었다. 그런데 막상 정권을 잡고 나면 이들의 운명은 갈렸다. 참여정부 이래 나름대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했던 책사들은 예외 없이 숙청당했다. 그리고 관료들이 득세했다. 이것이 단순한 우연일 뿐일까 ? 
   
민주당의 경우에는 개혁의 청사진이 중요하다. 보수 정당은 과거의 국정 운영 방식을 유지하면 된다. 여론 동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언론과 재계, 법조계 등 기득권 연합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반면 개혁을 표방하는 민주당의 경우에는 새로운 국정 운영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아성에 균열을 내야 하고, 그 틈을 노려서 개혁의 성과를 내야 한다.
   
이 두 가지 전제를 머리에 두고 되돌아보면 민주당 정부의 성격이 드러난다. DJ, MH, JI로 이어지는 민주당 대통령들은 모두 개혁적인 경제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당선되었다. 그런데 막상 당선되고 나서는 경제 운영은 경제 관료들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반면 선거에 기여했던 개혁적 학자들은 집권 후에는 모두 뒷전으로 밀려났다. 민주당 정부에서 핵심 경제 부서에 기용된 외부 인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개혁의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경제 관료들에게 실행하도록 하는 국정 운영 방식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구조에서 경제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경제 관료들에게 국민의 여망을 만족시키기는 개혁 정책을 기대할 수는 없다. 
   
민주당 내에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 민주당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면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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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경실련에서 활동했고,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을 맡았다. 민주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진출했고, 문재인 대선 캠프 정책본부장으로 공약 작성을 주관했으며,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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