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02) - 미완의 책사, 사마의

홍종학 인증된 계정 ·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전 국회의원
2023/07/09
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
   
02 미완의 책사 사마의
   
마음에 상처를 받은 시기에 시간을 때우기에는 무협지만 한 것도 없다. 채널을 돌리다가 아는 무협지가 나오면 다시 봐도 재미있다. 이젠 중국 무협지도 종류가 많아져서 새로운 드라마를 보기는 어렵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김용의 무협지는 언제나 믿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이름값을 하는 무협지다. 
   
김용 무협지가 매력적인 이유는 선과 악의 구분을 흐트려놓기 때문이다. 정파의 수장으로 칭송받는 장문이 문파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 시청자는 선과 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소오강호가 그렇고 최고의 무협지라는 의천도룡기가 그렇다. 선과 악은 세상에서 인정받는 정파의 행위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백성들을 더 위하는가의 여부에 의해 갈릴 뿐이다. 
   
중국이 경제 대국이 된 것은 드라마의 스케일에서도 확인된다. 이제 스케일 면에서는 한국의 역사극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그래도 아직 진행은 느리고 구성은 짜임새가 없다. 시청자들이 느끼는 속도감을 맞추다 보니 그럴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그랬듯이 막대한 자본 동원력을 앞세워 대작을 만들다 보면 곧 나아질 것이다. 그런 가운데 종종 짜임새 있는 역사극을 만나게 된다. 인기 있는 시리즈 물은 분량을 늘리기 위해 지루해져 아쉽기는 하지만, 이는 한국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자본의 논리가 지배할 때 국경의 차이는 없어진다.
   
그렇게 넋 놓고 있다가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가 ‘미완의 책사’라는 드라마다. 삼국지에서 조연에 그쳤던 사마의를 주인공으로 그의 처세와 정치를 짜임새있게 잘 그려냈다. 내가 모르던 역사적 사실도 알려주는 교양 드라마로도 손색이 없다. 더욱이 버림받은 책사 역에 지나지 않았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던 시기라 남들과는 달리 느껴졌던 드라마였다. 
   
사마의는 처세의 달인이었다. 이미 인재임이 널리 알려져 있었기에 조조가 여러 차례 불렀으나 사마의는 거절한다. 세상에 나서...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경실련에서 활동했고,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을 맡았다. 민주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진출했고, 문재인 대선 캠프 정책본부장으로 공약 작성을 주관했으며,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역임했다
17
팔로워 32
팔로잉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