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0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나는 짐짓 비장한 태도로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스물둘에서 스물셋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활활 타오르던 열정은 살을 에는 칼바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건지, 용감해서 무식했던 건지 분간할 수 없으나 꽤나 자신만만했다. 딱 7년 뒤, 서른 살이 되면 번듯한 작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개뿔, 그 시절 내 오만함에 엿을 날린다.) 야심찬 계획은 허무맹랑한 착각에 불과했다. 나는 이도 저도 아닌 서른이 되었다.
밤새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느라 눈알이 핑 돌고 어깨가 뻐근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멋진 일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의 최선과 별개로 세상의 잣대는 냉혹했다. 친척들은 돈벌이를 하고 있냐며 비아냥거렸고, 소수의 지인들은 "너 아직도 등단 못한 거야?"라며 질문을 가장한 조롱을 퍼부었다. 그때마다 단전에서 깊은 빡침이 올라왔지만 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