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 남편과 한의원을 찾은 적이 있다. 내 진맥을 짚어보던 한의사는 남편을 쳐다보며 이런 말을 뱉었다. "같이 살기 힘드시겠어요." 무슨 뜻인가 하니 내가 무척 예민한 기질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씩 웃어 보였다.
다음은 남편 차례였다. 나는 괜히 뾰로통해져 있었는데, 한의사는 남편의 진맥을 짚더니 이번에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어휴 만만치 않은 분이랑 사시네." 남편과 나의 표정은 일순간 뒤바뀌었다.
이렇듯 우리 부부는 한의사가 인정한 예민한 부부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어떨까. 역시 예민하다. 피가 어디 가겠나. 유전자는 정직하게 발현된다. 첫째는 그나마 덜한 편인데, 둘째는 상당히 예민한 편이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거부하고 앞에 나서서 하는 일에 심한 두려움을 느낀다.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매일 아침 울면서 등원하고, 하원한 뒤에는 자기 전까지 따라다니며 가기 싫다는 말을 반복했다. 다른 어린이집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