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4/03/25
신혼 때 남편과 한의원을 찾은 적이 있다. 내 진맥을 짚어보던 한의사는 남편을 쳐다보며 이런 말을 뱉었다. "같이 살기 힘드시겠어요." 무슨 뜻인가 하니 내가 무척 예민한 기질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씩 웃어 보였다.

다음은 남편 차례였다. 나는 괜히 뾰로통해져 있었는데, 한의사는 남편의 진맥을 짚더니 이번에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어휴 만만치 않은 분이랑 사시네." 남편과 나의 표정은 일순간 뒤바뀌었다.  

이렇듯 우리 부부는 한의사가 인정한 예민한 부부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어떨까. 역시 예민하다. 피가 어디 가겠나. 유전자는 정직하게 발현된다. 첫째는 그나마 덜한 편인데, 둘째는 상당히 예민한 편이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거부하고 앞에 나서서 하는 일에 심한 두려움을 느낀다.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매일 아침 울면서 등원하고, 하원한 뒤에는 자기 전까지 따라다니며 가기 싫다는 말을 반복했다.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것도 싫어했다. 휴일이 길게 이어지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등원을 거부했다. 각종 행사에는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물놀이의 경우 아예 불참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아이들이 물속에서 첨벙거릴 때 홀로 물 밖에서 멀뚱히 서 있곤 했다. 그 모습을 볼 때면 내 아이만 세상에 스며들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렸다.

입학과 동시에 "학교 가기 싫어"
예민하지만 내 눈엔 마냥 사랑스러운 너. ©박순우

그러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식을 앞두고 아이의 눈치를 살피니, 아이는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안고 있는 듯했다. 새로운 공간, 낯선 사람, 생경한 일상을 아이는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까. 날짜가 다가올수록 아이보다 내가 더 긴장이 되었다. 둘째 입학은 다들 큰 걱정이 없다고 하던데, 나는 오히려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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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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