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교사이자 윤리적 이유로 채식을 지향하는 비건이다. 엄격한 채식인 비건 식단(고기, 생선, 우유, 계란, 꿀 등 동물성 성분을 소비하지 않음)을 추구해 온 것은 2년 전부터다. 나의 일터인 학교는 교직원에게 유상으로 급식을 제공한다. 물론 대부분의 메뉴에는 동물성 성분이 포함된다. 지금의 나는 급식을 신청할 수 없다. 도시락, 간식 등을 준비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날에는 그냥 굶는다. 물론 처음부터 ‘민폐 끼치지 않는 온순한 채식주의자’가 되기 위해 급식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학교라는 공간은 식이 소수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을까? 꼭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학교에는 특정 재료나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다양한 식이 소수자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특정 고기, 해산물, 유제품, 과일, 견과류 등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학생, 아토피 등을 이유로 특정 음식을 기피해야 하는 학생들이 있다. 대개의 학교 급식 매뉴얼은 이러한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