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은 채식주의자] 황제 다이어터와 비건이 회식을 함께 해야 한다면

장재영
장재영 · 작가, 초등교사
2023/05/10
나는 초등교사이자 윤리적 이유로 채식을 지향하는 비건이다. 엄격한 채식인 비건 식단(고기, 생선, 우유, 계란, 꿀 등 동물성 성분을 소비하지 않음)을 추구해 온 것은 2년 전부터다. 나의 일터인 학교는 교직원에게 유상으로 급식을 제공한다. 물론 대부분의 메뉴에는 동물성 성분이 포함된다. 지금의 나는 급식을 신청할 수 없다. 도시락, 간식 등을 준비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날에는 그냥 굶는다. 물론 처음부터 ‘민폐 끼치지 않는 온순한 채식주의자’가 되기 위해 급식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채식주의자는 학교 급식을 먹을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 중앙일보 '밀실' 기사, 하현정/김민교 학생 제공)

학교라는 공간은 식이 소수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을까? 꼭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학교에는 특정 재료나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다양한 식이 소수자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특정 고기, 해산물, 유제품, 과일, 견과류 등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학생, 아토피 등을 이유로 특정 음식을 기피해야 하는 학생들이 있다. 대개의 학교 급식 매뉴얼은 이러한 문제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대체 음식을 제공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동물성 성분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도 학교에서 대체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을까? 채식을 시작하던 시기, 영양 교사와 이 문제로 상의한 적이 있다. 나는 학교의 구성원이자 식이 소수자로서 급식을 제공받을 권리, 즉 ‘급식권’을 보장받고 싶었다. 학교는 소수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교육하는 곳이 아니던가. 나는 채식 급식을 통해 학교가 소수자 권리 보장을 말로만 가르치는 것을 넘어 실질적 차원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그것이 학교의 중요한 교육적 실천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랐다. 마음 속 갈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채식 급식 메뉴에 관한 나의 요구는 매일 수백 명의 학생, 교직원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동을 하는 조리 종사원 분들에게 추가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학교라는 일터를 좋아하는 초등교사이자 비건 페미니스트. 페미니즘, 비거니즘, 소수자 인권, 기후 정의, 성교육 등 교육이 말하지 않는 것을 탐구하는 일에 열의가 있다. 성평등, 인권, 생태전환교육 등을 주제로 아동청소년, 교원, 양육자, 시민을 만난다.
5
팔로워 36
팔로잉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