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막바지에 눈이 내린다.
알 수 없는 계절의 꿍꿍이...
하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계절의 온기가 저 눈도 결국 데구르르 소화시키고야 말겠지.
그래도 눈을 맞아야 하는 이에게는 큰일!
도란도란 민들레 싹들이 고개를 숙이고,
냉이는 물끄러미 틔워내던 몇 개의 이파리를 잃었고,
부푼 아지랭이는 깡그리 자취를 감추었으니까.
파리와 광주같은 민초들이 광장에서 흘린 피로 조금씩 쌓아올려오던 사람들의 봄이
차가운 눈보라에 절그럭 거린다.
싱그런 봄날에 누구도 계획하지 않았을 땅따먹기 헛집착의 전쟁(러시아 침공)으로...
가담된 청년의 부스럼,
폭격 속에 홀로 새겨진 아이의 눈물 자국,
그저 먼발치서 그걸 지켜 봐야 하는 사람들의 불행한 표정과
산중의 누추한 나까지
모두 다 가련하다.
계절을 되돌리지 않고,
웃으며 씨뿌릴 전쟁없는 사람들의 세상은
아직도 멀기만 한 걸까...
모든 전쟁의 끄트러미에서
미소짓는 봄과
넘치는 여름과
달콤한 가을과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