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조잘조잘 내 목소리로 생각을 표현하는 게 참 좋았다. 말을 하면 이목이 집중됐다. 어린 녀석이 말을 참 잘 하네. 칭찬을 들을수록 겁없이 말을 뱉었다. 내 생각을 막힘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게 내게는 한때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러면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았으니까.
말빨이 좋다보니 말싸움을 하면 늘 이길 자신이 있었다. 감히 나를 말로 이기겠다고, 하는 마음이랄까. 말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건 말빨 따위 상관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은 건 처참하게 말싸움에서 진 이후였다. 좋아하는 친구와 오해가 쌓여 다툼이 벌어진 날, 나보다 평소 훨씬 말주변이 없던 친구는 나보다 더 내게 적극적으로 따져 물었다. 그때 깨달았다. 애정이 있는 사이에서의 모든 싸움은 결국 애정이 더 큰 사람이 진다는 것을. 친구와 나의 서로에 대한 애정을 크기로 비교해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 다툼에서 확실히 깨닫고야 만다. 나의 애정이 더 컸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