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친구가 섬으로 날아왔다. 쿵짝이 잘 맞아 함께 있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다가 마냥 이어지는 친구. 아침에 비행기표를 끊은 친구와 그날 오후 얼굴을 마주했다.
이 친구와의 수다는 대게 이런 식이다. 근황 토크, 날씨 토크를 하다가도 갑자기 정의론을 말하고 양자역학을 들먹였다가, 함께 하던 시절 추억 이야기를 꺼내고 문득 지구온난화와 심리학과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그러니까 말 그대로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을 다 끄집어내 정답이 없는 토론들을 이어가는 것. 내게는 현생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화가 통하는 친구이기도 하다.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다 들어주고 받아주는 친구.
이 친구와 이틀간 나눈 대화 중에 나를 가장 뼈아프게 한 건,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였다. 이 친구 말에 따르면 들어서 기분이 나쁘면 잔소리이고, 기분이 몹시 나쁘면 조언이라는 것. 얼룩소의 최근 상황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한 짓은 잔소리였을까 조언이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