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다. 5살에 사촌에게 피해를 입었고 40년 만에 피해자 정체성을 받아들였다. 계속 꿈이라고 여겼다. 그러길 바랐다. 하지만 그런다고 사실은 지워지지 않았고 존재가 지워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집단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공폐단단 활동가 민지가 매마토 시위에 대해 알려주었다. 매마토는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생존자와 연대자들의 모임, ‘공폐단단’이 매달 한 번 진행하는 시위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시위라 매마토라 부른다. 생존자들은 저마다 역량 있고 활기찬 모습으로 일상을 누리고 있었다. 사건 이후의 삶도 삶이었다. 그렇다면, 저렇게 멋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나도 어딘가 조금쯤 멋지진 않을까? 어렵고 가장 약한 데를 드러낸 후, 연대라는 개념을 인생에 처음 받아들이고 나서 나는 점점 힘이 솟았다. 나의 가장 약한 데, 그곳은 문이었다.
참여를 시작한 첫해, 11월 매마토 담당 진행자, 단단이 특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