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광화문에 간다 : 공폐단단을 소개합니다(上편)

산성비
산성비 · 세상에 굳어진 차별을 녹이다.
2023/04/15
 나는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다. 5살에 사촌에게 피해를 입었고 40년 만에 피해자 정체성을 받아들였다. 계속 꿈이라고 여겼다. 그러길 바랐다. 하지만 그런다고 사실은 지워지지 않았고 존재가 지워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집단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공폐단단 활동가 민지가 매마토 시위에 대해 알려주었다.
 매마토는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생존자와 연대자들의 모임, ‘공폐단단’이 매달 한 번 진행하는 시위다. 지막 주 요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시위라 매마토라 부른다. 생존자들은 저마다 역량 있고 활기찬 모습으로 일상을 누리고 있었다. 사건 이후의 삶도 삶이었다. 그렇다면, 저렇게 멋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나도 어딘가 조금쯤 멋지진 않을까? 어렵고 가장 약한 데를 드러낸 후, 연대라는 개념을 인생에 처음 받아들이고 나서 나는 점점 힘이 솟았다. 나의 가장 약한 데, 그곳은 문이었다.

참여를 시작한 첫해, 11월 매마토 담당 진행자, 단단이 특별한 액션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제1회 생존 기념 축제 <죽은 자가 돌아왔다>가 되었다. 사회적 타살로 인해 망자가 되어 살아온 생존자가 스스로 생환해 존재를 새로이 한다는 콘셉트에 반해버렸다. 하윤의 적극성에 동화됐다. 미술팀 스태프로 참여하고 집회 발언을 했다. 소심한 내가, 목소리가 콤플렉스인 내가 생존자들의 멋짐에 감복하여 세상에 대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매마토 시위는 한 달에 한 번 딱 30분간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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