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집안 살림이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남자도 밥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해야 하고, 여자도 못질하고 전구 갈고 실리콘 건을 들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치인 것을, 혼자 사는 나는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매일매일 깨닫는다. 가사노동에서의 남녀평등은 혼자 사는 사람들에겐 반강제로 이미 구현돼 있는 셈이다. 집안일은 정말 해도 해도 끝이 없다. 한번 눈에 뭔가가 들어오면 연쇄적으로 몸이 움직이게 돼 있다. 어쩌다 거실 바닥에 지지 않은 얼룩을 발견해서 그거 쫓아 지우다가 부엌바닥과 조리대, 가스레인지까지 다 닦고는 내친 김에 화장실까지 청소하는 식이다. 집안일 중에서도 빼먹을 수 없는 것이 식사준비이다. 한번 제대로 밥상 차려서 먹으려면 장보고 재료 손질하고 요리하고 이것저것 준비하는 데에만 1시간도 넘게 걸린다. 그렇게 정신없이 차려 놓고 막상 밥상 앞에 앉으면 반쯤 기진맥진한 상태가 된다. 덕분에 밥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다만 그렇게 허겁지겁 먹는 식사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