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1학년 때는 교양 수업 위주로 수업을 들었다. 한창 '페미니즘 리부트'가 시작되던 시기였고, 비판을 하든 옹호를 하든 최소한의 지식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학기에 여성학협동전공에서 개설한 <섹슈얼리티와 성평등>이라는 교양수업을 수강했다. 숏컷을 한 30대 후반의 박사님께서 수업을 하셨는데, 지금으로서는 비판할 만한 지점도 있겠지만 그 당시로서는 나름대로 최신의 페미니즘 이론들을 접할 수 있었다. 보수적인 지역의 남고를 졸업한 내게 상당히 큰 지적 자극을 주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민감한 주제로 토론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튼, 그 당시 그런 수업을 들은 덕분에 정말 최소한의 성인지 감수성을 갖출 수 있었다. 내가 평소에 하는 모든 말에 한점 부끄럼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말을 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정도의 마인드셋을 갖춘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