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나는 일찌감치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한 선언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20대 후반이 된 지금도 이유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빠르게 내 삶의 계획에서 결혼과 육아는 지워졌다.
이런 내가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고 돌볼 수 있을까?
한창 초저출생으로 세상이 시끄러웠을 때, 스스로에게 질문해본 적이 있다. 오르지 않는 임금, 높은 집 값, 긴 노동시간. 이대로라면 한국에서 아이를 낳기는 아무래도 어려워 보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버겁게 느껴지는 것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 대한 부담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여전히 돌봄에 대한 부담은 여성에게 훨씬 강력하게 작용한다. 남편과의 관계에서 돌봄을 슬기롭게 분배하더라도 다른 가족이나 자녀의 학교, 나의 직장에서도 같은 시선으로 봐주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나에게 돌봄이란 기대되는 일이라기보다는 불공평하고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