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로 1가에 서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거대한 도시의 제祭가 아닐까 하는.
2017년 오월의 전야제
광주는 특별한 도시가 아니다. 다른 지역들처럼 일자리는 언제나 부족하고 청년들은 도시를 떠난다. 정치적으로 야성을 잃지 않아 온 도시라지만 일상의 정치는 똑같이 비루하다. 서로의 욕망을 드러내며 추문으로 버글거리기도 했다가 어느 날 소리 없이 사그라지는, 적당히 부패하고 적당히 살만한 다른 도시들과 별 다르지 않은 일상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월이 되면 광주는 전혀 다른 도시가 된다.
매년 열리는 5.18 전야제는 광주의 심장으로 불리는 금남로 한 복판에서 진행된다. 이웃집 할아버지와 할머니, 동네 아주머니와 아저씨,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 수많은 사람들이 한날 한 곳으로 모여든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일어나기 마련인 실랑이 하나 없이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도로가에 전시된 사진이나 팸플릿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