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을 하다 보면 자화상을 그리고 싶어 질 때가 있다. 그런데 나의 모든 작업은 자화상이면서 자화상을 그리는 일은 늘 어렵다. 이번 전시는 그야말로 마우리치오 (Maurizio Cattelan)의 자화상을 펼쳐 놓은 파티 같았다. 전시장 곳곳에 비둘기가 있었다. 작가라면 한번쯤 그려보는 자연스런 대상이기도 하다. 곳곳이 수상했고 비둘기도 노숙자도 모두 연출된 카텔란의 풍경이었다. 그렇게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미술계 악동, 문제적 작가, 도발과 역설, 블랙 유머, 마우리치오 카텔란,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많은 수식어만 보아도 그는 언제나 이슈를 몰고 다니는 핫 피플이고 유명한 작가다. 그럴수록 전시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모를 정도로 전시는 인파에 떠밀려서 휘리릭 보게 되기 십상이다. 훗날 전시를 떠올릴 때 인상만 남고 감상은 휘발되는 것이 우리가 현대미술을 접할 때 느끼는 뭔가 불편한 지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앞에 붙는 시끄럽고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