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치오 카텔란, 카텔란, 카텔란!!

이효연의 콧바람
이효연의 콧바람 · 매일 그림을 그리고 가끔 콧바람
2023/02/04
잡지 <토일렛페이퍼>에 실린 카텔란의 이미지
작업을 하다 보면 자화상을 그리고 싶어 질 때가 있다. 그런데 나의 모든 작업은 자화상이면서 자화상을 그리는 일은 늘 어렵다. 이번 전시는 그야말로 마우리치오 (Maurizio Cattelan)의 자화상을 펼쳐 놓은 파티 같았다. 전시장 곳곳에 비둘기가 있었다. 작가라면 한번쯤 그려보는 자연스런 대상이기도 하다. 곳곳이 수상했고 비둘기도 노숙자도 모두 연출된 카텔란의 풍경이었다. 그렇게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미술계 악동, 문제적 작가, 도발과 역설, 블랙 유머, 마우리치오 카텔란,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많은 수식어만 보아도 그는 언제나 이슈를 몰고 다니는 핫 피플이고 유명한 작가다. 그럴수록 전시장은 사람들로 붐비고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모를 정도로 전시는 인파에 떠밀려서 휘리릭 보게 되기 십상이다. 훗날 전시를 떠올릴 때 인상만 남고 감상은 휘발되는 것이 우리가 현대미술을 접할 때 느끼는 뭔가 불편한 지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앞에 붙는 시끄럽고 요란한 수식어들이 그의 작품을 그저 시끄럽게 소비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수식이나 수사를 뺀 그의 작업에 대해 아무런 정보 없이 작품을 대했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조미료 뺀 카텔란의 플레인 전시감상을 공유하려고 한다. 

이 글에는 전시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려는 의도가 거의 없다. 뉴스 기사 몇 개만 보아도 그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는지 알아 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럴수록 나는 오히려 미디어가 놓친 이미지들에 그것을 구상하게 된 작가의 마음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인다.

제목으로 작가의 마음 짐작하기

그의 작품 제목을 보면 이주 쉽고 보편적인 단어들로 작품의 제목을 붙이거나 무제를 선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WE를 비롯해 대명사로 명명된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We,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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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그림을 그리고 가끔 주변을 둘러 봅니다 홍익대학교와 스웨덴 왕립미술학교에서 회화와 조형예술을 공부하고 designdb.com에서 스웨덴 리포터로 활동했습니다 팟캐스트 <화가의 책읽는 정원>을 운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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