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필명), 30대 여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로서 목소리를 보태면서 동시에 본업에도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N번방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2020년 초, 가담자만 수만 명이라는 믿을 수 없는 뉴스에 공포와 혐오감에 휩싸였던 적이 있었다. “텔레그램을 깔아보고 거기 ‘최근 접속’으로 뜨는 남자는 거르는 게 안전하다”는 말까지 떠돌았다.
범죄행각과 실태를 보며 분노했지만, 몇 주가 지나자 곧 잊게 됐다. 잊고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잘 살았다. 잊었다는 말을 굳이 사용할 필요조차 없던 ’일반인’ 시절의 내 얘기다.
2021년 여름, 텔레그램에 가입했다. 예약하기 어려운 아이맥스 영화 예매 알리미방이 텔레그램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별생각 없이 앱을 깔고 가입했다.
다음 날 오후,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 진동 알림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싸한 느낌이 들어 바로 알림을 열어보았다.
“안녕”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익숙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