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에서 나를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세 가지가 있다. 문학, 맥주, 그리고 달리기. 다시 생각해 보니 매일 무너져 있는 상태이지만, 이 세 가지가 무너진 내 멱살을 끌고 전진해주고 있다.
달리기를 좋아하게 된 지는 세 달 밖에 되지 않았다. 뭍에서 한 달 반, 바다에서 한 달 반. 작년 8월에 철인 3종 경기 하프코스를 완주하였고, 10월에는 마라톤을 얕보고 두 번 연습 후 참가했다가 보기 좋게 컷오프 당했다. 컷오프 당한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11월의 마라톤을 신청하였고 매일 달렸다. 11월의 리벤지 매치에서 복수에 성공하였고 그 과정에서 달리기와 사랑에 빠졌다. 달리기의 매력은 역시 언제 어디서나 아무 준비나 생각 없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곳이 비록 선상에서 일지라도. 배에도 체육관이 있다. 다만 배의 수명만큼이나 기구들도 낡았다. 두 대 있는 러닝 머신 중 한 대는 고장 났고 나머지 한 대도 온전치 않다.
트레일의 접지가 좋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