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9일, '전장연'이 "장애인과 함께 지하철을 탑시다"라는 표제를 걸고 지하철 연착 시위를 벌였다. 당해 발생한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 이후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의 면면이 드러나며, 장애인들의 공분이 끓어오를 때였다. 장애인 시위자들을 향한 대중의 눈길은 싸늘했고, 말에는 뼈가 있었다. 그로부터 21년이 흘렀다. 이른 아침,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서울 혜화역에 모였다. 시위자들의 핵심 요구는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교통약자이용편의증진법' 등의 예산 근거가 기획재정부에 의해 요구 조항으로 바뀐 것을 '의무 조항'으로 시정해달라는 것이었다. 세부 사항까지는 몰라도 대략 장애인들의 '교육권', '노동권',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얘기였다.
내가 해당 시위에서 가장 눈여겨본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뜻하지 않게 출근 시간을 통제당한 승객들은 장애인 시위자들을 거침없이 비난했다. "이따위로 해서 당신들이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