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람> : 노들장애인야간학교, 그 이후의 기록 by 홍은전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8/05

2001년 3월 9일, '전장연'이 "장애인과 함께 지하철을 탑시다"라는 표제를 걸고 지하철 연착 시위를 벌였다. 당해 발생한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 이후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의 면면이 드러나며, 장애인들의 공분이 끓어오를 때였다. 장애인 시위자들을 향한 대중의 눈길은 싸늘했고, 말에는 뼈가 있었다. 그로부터 21년이 흘렀다. 이른 아침,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서울 혜화역에 모였다. 시위자들의 핵심 요구는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교통약자이용편의증진법' 등의 예산 근거가 기획재정부에 의해 요구 조항으로 바뀐 것을 '의무 조항'으로 시정해달라는 것이었다. 세부 사항까지는 몰라도 대략 장애인들의 '교육권', '노동권',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얘기였다.

내가 해당 시위에서 가장 눈여겨본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뜻하지 않게 출근 시간을 통제당한 승객들은 장애인 시위자들을 거침없이 비난했다. "이따위로 해서 당신들이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사는 것들이 말이야. 지옥에나 떨어져 이 X새끼들아.", "꼴값 떨고 있네." 등 도무지 상식 선에서 이해 가지 않는 혐오 발언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강산이 두 번 변했음에도 시민 의식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표된 순간이었다. 차라리 그들이 엄청난 악의를 가지고 내뱉은 말이었다면 충격이 덜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너무도 강력한 무지, 자신이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없는 무지였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을 '피해자', '자선의 대상', '불운의 상징'으로 대상화할 뿐,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은 '불가촉천민'이기에, 감히 비장애인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의 반응은 어떠한가. 장애인들의 지하철 점거 농성이 점점 거세지자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 이준석은 본인의 SNS 계정에 무려 10개 이상의 글을 업데이트하며,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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