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홍성욱
인지과학자이자 진화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이하 『선한 천사』)와 『지금 다시 계몽』(이하 『계몽』)은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 “과거보다 지금이 더 살기 좋다”는 얘기를 하는 책이다. 합쳐서 말하면 “세상은 진보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더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핑커의 핵심 주장이다. 그런데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 책을 두 권이나 썼다. 그것도 『선한 천사』는 1,408쪽, 『계몽』은 863쪽이다. 두 책을 합치면 2,250쪽이 넘는다. ‘벽돌책’도 이런 벽돌책이 없다.*
* 『선한 천사』는 무려 1.2킬로그램이다. 나는 이 책을 들다 손목을 삐끗하기도 했다.
핑커는 세상이 좋아진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는 낙관론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비판적인 성향이 강한 언론인과 대학 교육과 문화를 장악한 ‘좌파’ 지식인은 더 그렇다. 이들은 지금 세상의 문제를 들춰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