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철 감독의 <너와 나>를 보고 왔다. 아무것도 상실하지 않는 삶이 가능할까? 공감과 연대가 경험의 유사성을 기본 토대로 삼는다면, 결국 우리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가장 견고한 끈은 상실의 보편성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상실을 통해 사랑을 배우지만, 때론 사랑을 배우기 위해 상실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영화 속 세미가 그랬듯이.
거울
영화는 교실 책상에 엎드려 있던 세미가 몸을 일으켜 앉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정확히 말하면 몸을 일으켜 앉은 세미가 교실 뒤편에 걸려 있는 거울 안에 들어오는 장면이다. 그 오프닝 장면을 기점으로 관객은 단시간에 세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는다. 세미는 악몽을 꿀 정도로 소중히 생각하는 친구가 있고, 죽은 새를 묻어줄 정도로 감성적이다. 멋대로 학교를 조퇴하고 집으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게 엄마와 투닥댈 정도로 명랑하고,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눈물을 흘려버릴 정도로 얼굴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세미가 솔직하고 선명한 인물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