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하나의 지식 체계이기 이전에, 하나의 사유 방법론으로서, 그리고 더 나아가 인류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문명의 파운데이션을 건설하는 툴로서 자리잡게 된 것은 새로운 발견과 현상에 대한 검증을 하나씩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느리지만 꾸준히 벽돌 쌓듯 진보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과학의 연구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라 (물론 요즘에는 점점 인공지능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지만), 연구 데이터에 인위적(?) 실수가 생기기도 하고, 재현이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재현이 안 되는 경우는 스스로에게도 해당한다. 예를 들어 내가 KIST 연구원 초년병 시절, 나는 반도체 나노선 (nanowire)를 합성하는 실험을 했었는데, 수열합성법 (hydrothermal process)을 통해 다양한 화합물반도체 나노선을 합성하곤 했다. 어느 주말 오후 (20여년 전에는 토요일에도 출근했다.), 나는 반응기 (오토클레이브)에 웨이퍼 조각을 적절하게 뒤집어 띄워서 배치한 후, 반응 용액의 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