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문제에서 일본 사회는 조용하다. 주기적으로 노동 분쟁이 일어나는 한국이나 여타 서구 선진국과 달리, 직접적으로 노사정이 충돌하는 분위기는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아베 정권 때는 매년 봄 노사 간 임금 협상(‘춘투’)을 정부가 주도해 인상 기조를 이어갔다. 경영자 측도, 노동계도 큰 잡음없이 제시된 안을 바탕으로 협상했다.
이러한 일본 사회를 두고 ‘화합’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일본 노사 간에는 평화만 존재했을까?”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것은 일본국유철도(국철, 현 JR)의 과거 투쟁 양상과 민영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일본 정치에서 함께 일어난 변화, 그리고 사회가 전반적으로 ‘조용하게’ 바뀌어가는 모습의 힌트를 구해보고자 한다. 우선은 그 첫번째로, JR 여행의 쾌적함 속에서 느낀 위화감과, 민영화 이전 국철의 격렬했던 투쟁 방식을 되짚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