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님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어요?""왜 또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십니까. 제게도 꿈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숨을 터뜨리기라도 하듯, 몸에 체화된 시의 구절들을 바다 위에 쏟아내던 ‘낭만 어부’ 고석길 선장님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꿈을 이루지 못 한 슬픔을 시 몇 구절에 담아 흘려보내는 그 모습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미 초라해져버린 나’를 발견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향해 술잔을 내미는 선장님의 모습은 그야말로 '풍류(風流)' 그 자체라 할 만 했는데 이 풍류라는 말을 살펴보면 굉장히 재밌는 구석이 있다. 문자 그대로라면 바람 풍 자에 흐를 류 자를 써서, 별 걱정 없이 바람 따라 흘러가는 한가한 인생을 가리킬 것 같지만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는 맥락은 전혀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냥 한가하게 놀고먹는 사람을 한량이라 낮춰 부르지, '풍류를 아는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치켜 세워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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