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장인'도 다르게 바라본다
2022/11/30
"왜 또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십니까. 제게도 꿈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숨을 터뜨리기라도 하듯, 몸에 체화된 시의 구절들을 바다 위에 쏟아내던 ‘낭만 어부’ 고석길 선장님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꿈을 이루지 못 한 슬픔을 시 몇 구절에 담아 흘려보내는 그 모습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미 초라해져버린 나’를 발견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향해 술잔을 내미는 선장님의 모습은 그야말로 '풍류(風流)' 그 자체라 할 만 했는데 이 풍류라는 말을 살펴보면 굉장히 재밌는 구석이 있다. 문자 그대로라면 바람 풍 자에 흐를 류 자를 써서, 별 걱정 없이 바람 따라 흘러가는 한가한 인생을 가리킬 것 같지만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는 맥락은 전혀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냥 한가하게 놀고먹는 사람을 한량이라 낮춰 부르지, '풍류를 아는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치켜 세워주지는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 풍류를 아는 사람이란, 세상의 흐름에 맞서 싸우다가 실패를 하고 돌아온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아픔을 털고 일어나 삶을 기쁨으로 채우고자 노력하는 그런 숭고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세상사에는 관심 없고 그저 자기 놀고먹기에나 바쁜 한가한 사람은 결코 풍류를 아는 이로 인정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인들만큼 성공에 목을 매는 사람들도 없지만, 또 한국인들만큼 그러한 풍류의 정서를 서로 존중해주는 사람들도 드물다. 모두가 한 번쯤은 저마다의 높은 꿈을 품어봤기에, 실패를 하고 난 뒤에도 성실하게 삶을 이어나가는 매일의 노고가 무엇인지를 우리는 안다. 때문에 그 노고에서 흘러나오는 한 사람의 숭고함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도 우리는 무의식 중에 공유한다. <다큐멘터리 3일>의 고석길 선장님에게 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