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 벗은 남자들 :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
1화 <섹슈얼리티를 제물로 바친 남자들> by 정민
글을 쓰겠노라 호언장담 해놓고 마감일까지 한참을 빈 화면인 채로 머리만 벅벅 긁었다. 모두 나의 부족한 식견과 필력 탓이지만, 변명거리가 있다. 남성인 내가 뭐라고 섹슈얼리티에 대해 알은 체를 늘어놓는단 말인가? 이미 온 세상이 남성 섹슈얼리티로 가득하지 않던가? 그런데 남성이 또 나서서 남성 섹슈얼리티를 말한다니? 게다가 나는 앞장서서 ‘올바른 섹슈얼리티란 이런 것입니다 여러분~’하며 깃발을 펄럭일 만큼 자랑스럽고 올곧은 인사도 아니다.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삶에 즐비해있다. 그럼에도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건 내가 글을 완성하고 송고까지 마쳤다는 의미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리한 걸까. 내가 백지의 공포를 이겨낸 데는 아래와 같은 이유가 있다.
• 이 프로젝트는 기존 남성 섹슈얼리티의 재탕이 아니라,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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