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다. 너스레가 아니다. 시니컬함도 아니고 자부심도 아니다. 실존적인 문제다. 나의 오늘에 대해, 다가올 하루에 대해 말을 건넬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지나간 옛 인연의 기억을 휘적이다 가라앉은 불순물 같은 정념이 떠올라 그만두었다. 혼자는 무엇을 해도 혼자다. 그리고 조금만 눈을 뜨면 나만 이런 것이 아니다. 외로움을 비웃는 장면을 어디서든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부쩍 혼자가 되니, 미디어도 이를 두고 우스꽝스러운 화면에 담지 않는다. 수분기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따금 큰 고민을 담기도 한다. 아래의 시도 마찬가지다.
외롭지? 그런데 그건 외로운 게 아니야 가만 보면 너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도 외로운 거야 혼자가 둘이지 그러면 외로운 게 아니다
_박준, <가을의 말> 중
나는 누구의 생각 속에 잠시 머물고 있을까.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들 나를 원망하거나 이미 삭제했을 것 같아 두렵다. 그런데 화자를 바꿔, 나의 경우라면 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