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질서에 대한 신뢰의 상실, 사적 복수, 학교 폭력, 가해와 피해, 연대
더 글로리를 설명하는 키워드들이다. 그리고 이 키워드들의 밑바탕에는 '법률' 이라는 한 가지 개념이 있다. 즉 법률이 인격권을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또한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글로리에서 표현되는 날것의 복수 그리고 그 복수의 밑바탕이 되는 감정을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더 글로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의 문제는 그럴 수 있으나, 더 글로리는 엄밀히 말해 '법' 의 문제는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김은숙 작가는 복수의 서사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는 현실의 한국 사법체계를 상당수 무력화시켰다.
처음부터 찬찬히 생각해 보자. 문동은은 학교와 가족이 본인을 도와주지 않자 결국 경찰서로 간다. 하지만 경찰서에는 동은이 명백한 상해의 증거 (팔의 화상)를 몸에 지니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윽박질러 쫓아낸다. 그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