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소희>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전반부 주인공인 특성화고 3학년 김소희는 현장실습의 부당함을 못 견디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어진 다음 장면에 소희가 자살한 저수지로 후반부 주인공인 오유진이 나타난다. 그때부터 ‘사이다’같은 복수극이 시작될 줄 알았다. 소희를 괴롭혔던 진상고객들과 콜센터 팀장, 현장실습 보낸 교사까지 모두 무릎 꿇고 용서 비는 모습을 내심 기대했다. 나 또한 부조리한 현장실습 제도를 경험했던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내 바람과 달리 <다음 소희>는 상영 시간 138분 내내 부조리만 거듭하다 끝났다. 소희의 죽음에 가담한 사람 중 그 누구도 벌 받지 않았다. 영화관을 나서며 허탈하고 우울했다. 왜 꼭 영화를 비극으로 끝마쳐야 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정주리 감독을 만났다.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사회를 묘사하려 했다
첫 번째 주인공 김소희는 ‘한 성깔’하는 학생이다. 작품 초반 곱창집에서 친구를 뒷담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