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소희>가 새드엔딩으로 끝나는 이유?
2023/03/24
<다음 소희>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전반부 주인공인 특성화고 3학년 김소희는 현장실습의 부당함을 못 견디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어진 다음 장면에 소희가 자살한 저수지로 후반부 주인공인 오유진이 나타난다. 그때부터 ‘사이다’같은 복수극이 시작될 줄 알았다. 소희를 괴롭혔던 진상고객들과 콜센터 팀장, 현장실습 보낸 교사까지 모두 무릎 꿇고 용서 비는 모습을 내심 기대했다. 나 또한 부조리한 현장실습 제도를 경험했던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내 바람과 달리 <다음 소희>는 상영 시간 138분 내내 부조리만 거듭하다 끝났다. 소희의 죽음에 가담한 사람 중 그 누구도 벌 받지 않았다. 영화관을 나서며 허탈하고 우울했다. 왜 꼭 영화를 비극으로 끝마쳐야 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정주리 감독을 만났다.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사회를 묘사하려 했다
첫 번째 주인공 김소희는 ‘한 성깔’하는 학생이다. 작품 초반 곱창집에서 친구를 뒷담화하는 성인 남성과 한바탕 대거리를 한다. 기가 세서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토록 당찬 학생이 힘들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홀로 상처를 끌어안는 모습이야말로 감독의 의도다. 소희는 계속해서 힘들다고 외부에 신호를 보내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교사는 ‘네가 회사를 관두면 후배들 취직길도 막힌다.’며 압박한다. 가족은 소희가 버는 월급 한 푼이 아쉬우니 힘든 걸 알아도 못 들은 척할 수밖에 없다.
어른들의 외면 속에서 소희가 마련한 자구책은 ‘돈이라도 많이 벌어가자’ 였다. 통화량을 늘려서 실적을 올리면 인센티브를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소희가 잘하면 팀 전체 실적 할당량도 같이 올라간다. 다른 동료 직원들이 그만큼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동료한테 이기적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열심히 일한 대가는 “인센티브는 두 달 뒤 지급”한다는 팀장의 통보였다. 어른들은 외면하고, 개인의 노력 또한 부정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