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 병장 시절, 마지막 군대 훈련을 위해 장갑차를 타고 강원도 철원에 갔다. 전방 지역의 추위에 온몸이 얼다시피 했다. 철원을 떠나면서 '다시는 이곳에 올 일이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주기적으로 철원에 가게 될 줄은, 그것도 힙한 뮤직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서라니.
한반도에 평화의 기류가 찾아온 2018년 탄생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하 피스트레인)'은 분단의 상흔이 남아있는 고장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상업성 대신 다양성을 추구한 큐레이션과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로 음악 마니아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최소한 페스티벌 마니아들에게 있어 철원은 군부대가 많은 접경 지역이 아니라 힙한 음악의 고장으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쯤, 페스티벌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팬데믹이 시작되었고, 페스티벌은 두 차례 취소되었다. 비영리 페스티벌을 추구하는 이 페스티벌에게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삭감 역시 치명적이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