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본 적 없는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만큼 이상하고도 애틋한 일이 있을까? 그 시절의 공기나 풍경, 사람들을 마주해본 기억은 전혀 없지만,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났으면 좋았겠다고, 한 번만 그 때로 돌아가보고 싶다고 종종 생각한다. 영원히 불가능한 바람은 현실과 비현실이 섞인 채로 등장하는 누군가의 삶을 지켜보고 무언가를 들으면서 더욱 커진다. 실재하는 것보다 내 안의 상상으로 더 많이 채워진 허구의 세계를 갈망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가보고 싶다. 90년대로.
90년대를 그리워하는 99년생의 기록, [99록] 연재를 시작합니다.
영화가 일이 된 후로, 취미가 많이 사라졌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일이 숙제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드는 중에는 더 심각했다. 어떤 영화든 나의 것과 비교하며 패배감을 느끼거나 부러움에 빠지고, 아주 가끔은 묘한 우월감에 취하느라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했다. 영화를 보는 것이 마음에 부담이 될 때쯤, 새로운 취미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