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박제된 천재' 이보 포고렐리치
천재라는 수식어가 지금은 너무 흔해졌지만, 천재라는 타이틀만이 그 대상을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바로 20세기의 이보 포고렐리치가 그랬다. 전성기의 포고렐리치는 가공할만한 흡인력을 가진 연주자였다. 리듬을 조립하는 방식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었고, 극한까지 조절 가능한 아고긱스는 선택받은 천재만 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퍼즐을 던져 놓고, 제 멋대로 다시 조립하는데, 완성된 퍼즐은 그 어떤 퍼즐보다 아름다웠다. 정말 이런건 20세기에는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만 같은 피아니즘이었다.
이보 포고렐리치, 쇼팽 콩쿠르의 진짜 수혜자 1980년 쇼팽 콩쿠르에선 재밌는 사건이 일어난다. 심사위원 중 하나였던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심사위원직을 중도 사퇴한 것이다. 콩쿠르 참가자였던 이보 포고렐리치가 3라운드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포고렐리치야말로 진정한 천재라고 믿었던 아르헤리치는 항의의 뜻으로 심사를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