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 수해 참사가 일어난 신림동 반지하 방 맞은편에 사는 노부부는 이번 침수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몇 번의 수해를 겪어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현관문을 열어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순식간에 쏟아진 비를 피해 세간살이를 건질 수는 없었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다음 날 아침 앞집에 살던 가족이 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안타까워 여러 날 눈물을 흘렸다.
참사 직후 정부와 서울시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부부는 여전히 젖은 세간살이를 말린 그 집에 머물고 있다. 노부부에게 긴급히 필요한 것은 반지하가 아닌 안전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것이지만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입주를 원하는 사람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유형이 다양하지 않거나, 입주해야 하는 사람들의 사정에 맞지 않기도 해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반지하 거주자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