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대로 살아도 괜찮겠는가.

김윤영
김윤영 인증된 계정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2022/11/25
지난 8월 8일 수해 참사가 일어난 신림동 반지하 방 맞은편에 사는 노부부는 이번 침수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몇 번의 수해를 겪어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현관문을 열어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순식간에 쏟아진 비를 피해 세간살이를 건질 수는 없었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다음 날 아침 앞집에 살던 가족이 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 안타까워 여러 날 눈물을 흘렸다.

참사 직후 정부와 서울시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부부는 여전히 젖은 세간살이를 말린 그 집에 머물고 있다. 노부부에게 긴급히 필요한 것은 반지하가 아닌 안전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것이지만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입주를 원하는 사람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유형이 다양하지 않거나, 입주해야 하는 사람들의 사정에 맞지 않기도 해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반지하 거주자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할 수 있지만 지난 6월 용산구에서 같은 사업에 지원한 한 홈리스는 630번대의 대기번호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8월 30일, 윤석열정부는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5조 7천억 삭감한 2023년 예산을 발표했다.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영계획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볼 수 있게 현수막을 들고 있는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 (2022.10.25)
27%에 달하는 무더기 삭감은 유례없는 일인데다 한번 줄어든 예산을 늘리기는 무척 어렵기 때문에 이번 예산안을 보고 황망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올해 4월에는 고시원에 살던 기초생활수급자 두 명이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8월에는 수해 참사로 반지하에 사는 두 가구가 목숨을 잃었다.
주거권이 생명권이라는 사실이 이토록 또렷이 드러난 한해를 거친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은 이들의 죽음을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반빈곤연대운동단체 빈곤사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1
팔로워 14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