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자, 1970년대 전복과 파격의 아이콘 1971년 1월 27일 신민당 김대중 총재 집에 불이 났다. 폭발물에 의한 방화로 일어난 화재였다. 유신정권 당시 김대중은 박정희 대통령의 유력한 정치적 경쟁자였기 때문에 이 사건은 야당 지도자에 대한 ‘테러’로 의심받았다. 정국은 급격히 경색됐다. 임시국회 소집도 요구됐다. ‘야당탄압’과 ‘군사독재 폭거’ 같은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될 찰나, 한 소년이 범인으로 붙잡혔다.
검찰이 범인으로 지목한 소년은 다름 아닌 김대중 총재의 조카였다. 검찰 조서에 따르면 화재 당시 폭발음에 관해서 ‘김군’은 보일러가 터진 것이라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김군이 화약 놀이를 하다 실화(失火)로 인해 발생한 화재였다. 황당한 것은 발화 직후 왜 급히 불을 끄지 않았는지 물음에 대한 소년의 답변이었다. “TV에서 김추자가 나와 노래를 부를 때였어요. 그거 보느라고......” 이는 훗날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의한 거짓 자백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