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 고개를 돌려보니 따가운 햇살, 반쯤 창문을 가린 암막커튼, 언제 켰는지 기억 안 나는 검정색 티비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오랜만에 햇살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간밤에 어떤 비명을 들었던 게 기억났지만, 평화롭게 침대 밑에서 꿈나라를 산책하고 있는 개들을 보니 간밤의 소리는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침대에서 일어나자 내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강아지 두 마리는 꼬리를 흔들며 방안을 깡총깡총 뛰어다녔다. 사료 봉지를 들고 와 각자의 그릇에 담아준 뒤, 다 먹었는지 확인을 하고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아래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헤아리다 보면 어느새 아래층 작업실에 도착한다.
작업실은 좁은 일방통행 대로변에 있다. 많은 차들과 대형 마을버스가 지나다닌다. 처음엔 자동차의 소음이 적응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소음에 무신경해진다. 소음을 차단하지 않으면 집중력이 분산된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책상에 앉아 한 시간쯤 지나니 햇살이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