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 제 6대 안제(재위 106~125) 때의 일입니다.
안제는 13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해서 등 태후가 수렴청정을 했는데, 자연히 태후의 오라비인 등즐이 전권을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등즐은 현명한 선비들을 많이 발탁했는데, 그 중에는 50여 세의 양진(楊震)도 있었습니다.
양진은 홍농 사람으로 어려서 고아가 되었지만 박식하기로 유명하여 "관서공자 양백기"라고 불렸습니다. 백기는 양진의 자(字)입니다. 양진은 형주자사에 이어 동래태수가 되었습니다. 동래로 부임하러 가는데 중간에 창읍현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창읍현령 왕밀은 본래 형주 출신으로 양진이 발탁한 사람이었습니다. 왕밀은 밤에 양진을 찾아왔습니다. 그가 상자를 내밀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대인께 바치고자 황금 10근을 가져왔습니다."
양진은 상자를 밀어내며 말했습니다.
"옛 친구로 나는 자네를 이해하는데, 자네는 어찌 옛 친구를 몰라주는가?"
왕밀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하며 상자를 다시 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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