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삥’을 뜯겨 본 적은 거의 없는데, 특히나 고등학교 때는 없었다. 성격이 원체 유순한데다 겁도 많고,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는 순둥이 타입이라 삥 뜯는 넘들 보기에는 꽤 괜찮은 사냥감이었을 텐데 그런 피해를 보지 않았던 것은 운이 좋아서였겠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다. 삥 자체가 극히 드물었다. 학교가 공부 잘하고 집안 좋은 아이들이 집결한 하나고등학교 부류냐, 그건 전혀 아니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학교에서 놀던 부류들이 조폭으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었고, 풍족한 용돈을 받았기에 ‘양민’을 착취하지 않았고, ‘애들 코묻은 돈’에 눈독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누가 삥을 뜯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 학교의 양대 ‘조직’에서 나와서 “어느 놈이고?”를 물어 알아낸 후 “양아치같은 색기”를 준엄하게 응징하고 치도곤을 매겼다고 전한다. 내가 보기엔 이 양아치나 저 조직 애들이나 비슷한 부류였는데 ‘조직의 일원’들은 ‘양아치’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했고, 욕으로 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