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적함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밀려오는 순간에 나는 때로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그것은 일요일 오후 4시쯤에 일어나는 일이다. 정점에 달한 오후의 햇살 안에서, 나는 더 이상 나에게 우울함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청소를 마친 집 안은 깨끗했고, 방금 요리한 음식들로 배가 불렀다. 포만감과 온기로 내 몸은 흐드러지고 있었다. 이제는 덩어리들만 남아있었다. 내가 해야만 하고, 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일들. 생각하는 것만으로 어깨가 뻐근해지는 덩어리들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파도에 덮쳐 숨을 쉴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을 똑바로 바라볼 수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멀리 도망갈 수도 없었다.
엄마는 묻는다. "잘 지내고 있니?"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냥 의례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면 될 것을 그러지 못했다. 정적 끝에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마치 숨을 내쉬는 김에 하는 것처럼 말한다. "무척, 절망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