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 대한 통화기록

양다솔
양다솔 ·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썼다.
2023/03/07
울적함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밀려오는 순간에 나는 때로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그것은 일요일 오후 4시쯤에 일어나는 일이다. 정점에 달한 오후의 햇살 안에서, 나는 더 이상 나에게 우울함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청소를 마친 집 안은 깨끗했고, 방금 요리한 음식들로 배가 불렀다. 포만감과 온기로 내 몸은 흐드러지고 있었다. 이제는 덩어리들만 남아있었다. 내가 해야만 하고, 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일들. 생각하는 것만으로 어깨가 뻐근해지는 덩어리들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파도에 덮쳐 숨을 쉴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을 똑바로 바라볼 수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멀리 도망갈 수도 없었다.

엄마는 묻는다. "잘 지내고 있니?"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냥 의례적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면 될 것을 그러지 못했다. 정적 끝에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마치 숨을 내쉬는 김에 하는 것처럼 말한다. "무척, 절망스러워." 나는 엄마가 전화를 끊고서도 그 말을 얼마나 곱씹을지를 알고 있다. 그 단어는 그녀의 가슴에 박혀서 시간이 갈수록 더욱 증폭될 것이다. 내 딸이 저 멀리서 혼자 절망하고 있어, 내 딸이 절망하고 있어. 그렇지만 나는 그저 그 외의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

엄마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요컨대 친구라던가. 친구들은 절망스럽다는 내 말을 별로 대수로이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전화를 끊은 뒤에 곱씹는 일 따위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내가 보통 자주 절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세상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러나, 아무도 없을 때도, 거기엔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때로 내 세상의 유일한 수신자가 되었다. "절망." 엄마는 나를 따라 말했다. 마치 그 외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듯이.

"거기는 정신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뉘어." 엄마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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