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현종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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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이래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왕좌에 앉은 사람들은 176명이다. 가야나 고조선, 기타 왕을 칭한 사람들까지 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럼 우리 역사에 즐비한 이 ‘왕’들 가운데 가장 극심한 고생을 한 왕, 즉 바닥을 박박 긴 정도가 아니라 바닥을 뚫고 들어가 본 경험을 한 왕이라면 누구일까? .언뜻 왕위 다툼에서 밀려나 소금장수로 신분을 숨기고 살다가 도둑으로 몰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고구려 미천왕일 수도 있겠고 몽골에 항복하러 가는 길만 수천 리 장정이었던 고려 원종도 만만치 않다. 임진왜란의 참화를 겪으며 국토 끝까지 도망갔던 조선 선조나 남한산성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끝내 청 태종 앞에 머리를 박아야 했던 조선 인조도 빼놓을 수 없겠다. 하지만 고려의 8대 왕 현종(992~1031)의 인생 역정 역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정식 결혼한 부부 사이의 아들이 아니었다. 즉 사생아였다. 아버지는 왕건의 여덟 번째 아들 왕욱...